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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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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공연/관현악
2019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①
- 공연일정
- 2019. 11. 23. 토요일 17:00
- 장소
- 롯데콘서트홀
- 지휘자
-
안드레이 보레이코
Andrey Boreyko, Conductor
-
협연자
-
피아노,
니콜라이 루간스키
Nikolai Lugansky, Piano
- 프로그램
-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Prokofiev, Piano Concert No. 2 in G minor, Op. 16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Shostakovich, Symphony No. 5 in D minor, Op. 47
- 가격
- R 70,000 S 50,000 A 30,000 B 20,000 C 10,000
- 협찬사
-
[정기 공연 안내]
* 공연 당일 티켓은 잔여석이 남아있을 경우, 각 공연장 콜센터와 현장 매표소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예술의전당 1668-1352(화~일 : 09:00~20:00 / 월 : 09:00~18:00)
- 롯데콘서트홀 1544-7744(10:30~19:00 / 주말, 공휴일휴무)
- 세종문화회관 02-399-1000(09:00~20:00 / 연중무휴)
[시민/교육 공연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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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2019년11월 23일(토) 5pm 롯데콘서트홀
지휘 안드레이 보레이코 Andrey Boreyko, conductor
피아노 니콜라이 루간스키 Nikolai Lugansky, piano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Prokofiev, Piano Concerto No. 2 in G minor, Op. 16
Andantino
Scherzo. Vivace
Intermezzo. Allegro moderato
Finale. Allegro tempestoso
------------ 휴식 15분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Shostakovich, Symphony No. 5 in D minor, Op. 47
Moderato
Allegretto
Largo
Allegro non troppo
총 소요시간 약 100분(휴식 포함)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5번 교향곡에 대해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이 말과 다른 한층 강렬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분노에 차 있으면서 호소력 있는 작품이며, 이번 지휘자 안드레이 보레이코처럼 러시아인의 손으로 해석될 때 한층 효과가 큰 곡이다.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현란한 핑거링과 강력한 표현력으로 프로코피예프의 격렬한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 작곡된, 시종일관 스릴 넘치는 작품이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
프로코피예프는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후 날카롭고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2번을 내놓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를 발표한 이후 스탈린 정부로부터 위협을 느꼈고, ‘정당한 비판에 대한 창조적 답변’으로 교향곡 5번을 작곡했다.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2번 Piano Concert No. 2 in G minor, Op. 16(1912~13/rev. 1923)
“이런 음악은 우리를 미쳐버리게 할 거야! 도대체 우리를 놀리는 건가?”
1913년 9월 5일 러시아 파블롭스크에서 열린 협주곡 초연에 참석했던 한 부부는 공연 도중 자리를 떠나면서 이런 불평을 내뱉었다고 한다. 당시 피아노 독주를 맡았던 약관의 작곡가는 아직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재학 중이었지만, 한 해 전 발표한 ‘피아노 협주곡 제1번’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던 젊은이,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였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파란을 일으켰다. 바로 ‘날카롭고 격렬한 건반 타격, 금관의 잔인한 불협화음의 연속’이 돋보이는 곡으로 말이다.
이 작품은 그 급진성으로 인해 작곡가의 경력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초연 이듬해인 1914년, 음악원을 졸업한 프로코피예프는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났는데, 런던 체류 중 당시 유럽 공연계를 휩쓸고 있었던 ‘발레 뤼스’의 단장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해 보였다. 디아길레프는 즉석에서 그에게 발레 음악의 작곡을 의뢰했고, 그 결과로 탄생한 작품이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 준 ‘스키타이 모음곡(알라와 롤리)’이었다.
애석하게도, 그의 두 번째 협주곡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오늘날 온전히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곡의 오리지널 악보는 혁명 와중에 소실되었고, 오늘날 전해지는 악보는 작곡가가
1923년에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전해지는 악보도 충분히 강렬하긴 하지만, 그 스스로 “전곡을 완전히 새로 작곡했기 때문에 나의 네 번째 협주곡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고 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그는 이 곡을 되살리면서 원곡에 비해 한결 정돈된 모습으로 다듬어냈던 듯하며, 이 개정판의 초연은 1924년 5월 8일 파리에서 이루어졌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곡을 막시밀리안 슈미트호프에게 헌정했다. 슈미트호프는 그의 음악원 시절 절친했던 친구로, 안타깝게도 이 곡이 완성된 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슈미트호프는 권총 자살 직전 프로코피예프에게 쓴 유서에서 “너무 슬퍼 말고 절제하며 견뎌 내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는데, 절친의 야속한 유언을 접한 그의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작곡 및 개정 시점을 감안할 때 이 협주곡의 기저에 흐르는 비극적 정서, 특히 1악장에서 갈수록 심화되고 증폭되는 우수와 고뇌의 흐름은 그런 충격적 상실의 체험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지 의심해 볼 여지가 있을 듯싶다.
제1악장: 안단티노(조금 느리게)
첫 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응용한 자유로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먼저 현의 피치카토와 클라리넷에 의한
두 마디의 도입부에 이어 제시부로 진입하는데, 두 개의 주제가 서로 다른 템포 위에서 제시된다. 왼손의 느긋한 아르페지오 위에서 안단티노(조금 느리게)의 템포로 나타나는 낭독조의 제1주제는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서정성과 온화한 우수를 부각한다. 반면 제2주제는 알레그레토(조금 빠르게)의 템포로 팀파니를 위시한 관현악의 반주 위에서 리드미컬하게 나타나 보다 활기차고 화려한 흐름으로 나아간다. 다시 템포가 완만해지면 제시부가 마무리된 다음 발전부로 넘어가는데, 상당히 길고 심도 있는 발전부는 거의 피아노 솔로로 진행된다. 여기서 피아노는 고뇌에 찬 표정과 강렬한 표현을 끈질기게 이어가며 차츰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정점에서 금관 합주가 당당하게 등장해 사뭇 장엄한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그런데 그 직후 음악은 갑자기 고요해지고, 제1주제가 재현되는 듯하다가 그대로 마무리된다.
제2악장: 스케르초. 비바체(활기차게)
전곡 중 가장 짧은 악장으로 청중을 숨 가쁜 흥분으로, 곡은 갈증 상태로 몰아간다. 끊임없이 16분 음표들을 나열하며 정신없이 질주하는 피아노의 토카타풍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제3악장: 간주곡. 알레그로 모데라토(보통으로 빠르게)
3부로 구성된 간주곡으로 디아길레프를 매료시켰을 법한 야성미와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환상적 뉘앙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주부는 일단 거인의 발걸음과도 같은 관현악 저음부의 거칠고 묵직한 움직임으로 출발한 다음 피아노의 장식적이고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이끌려 다채로운 흐름으로 나아가고, 중간부에서는 현의 피치카토와 피아노의 글리산도가 어우러지며 아름답고 오묘한 색채적 흐름이 부상한다.
제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템페스토소(폭풍처럼 빠르게)
변형된 론도 형식을 취한 피날레다. 악장이 시작되면 곧바로 등장하는 첫 번째 주제는 스타카토 리듬과 심한 도약이 특징으로 거칠고 활력 넘치는 흐름을 주도하며, 두 번째 주제는 차분 하되 리드미컬한 러시아 민요풍 선율로 피아노에서 본격화한 다음 바순과 오보에로 이어지며 서정적 흐름을 주도한다. 이후 템포가 빨라지면 ‘폭풍처럼’ 성급하고 격앙된 흐름으로 비화하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타나는데, 그 말미에서 관현악이 갑작스레 거대한 화음을 꺼내 놓아 마치 곡이 종결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내 피아노의 카덴차가 나타나며 음악은 재개되고,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흐름에 이어 처음의 급속하고 격렬한 흐름으로 복귀하고 나서야 장쾌하게 마무리된다.
교향곡 제5번 Symphony No. 5 in D minor, Op. 47(1937)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꼽히는 이 곡은 곧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비견되곤 한다. 통상 ‘5번 교향곡’에 따라다니는 상징성에 더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가혹한 운명에 대한 저항, 투쟁을 통한 극복, 그리고 승리의 쟁취라는 베토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교향곡은 1937년 11월 21일,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기념일’에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당시 관객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한 비평가는 이 작품의 내용을 이렇게 해석하기도 했다. 즉 제1악장은 “자문 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며, 제2악장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야유의 미소”, 제3악장은 “눈물의 고뇌”에 넘쳐 있으며, 제4악장은 작곡가의 말을 빌려 “이제까지의 악장들에 부쳐진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이라고. 그 후로 한동안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운명 교향곡’으로 간주되었고, ‘혁명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1979년 「증언」(쇼스타코비치가 만년에 구술한 내용을 망명한 소련의 음악학자 솔로몬 볼코프가 정리한 회고록)이라는 책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종래의 인식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 책에 따르면, 이 교향곡 속에 표현된 즐거움은 무소륵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에서처럼 ‘강요된 즐거움’이며 ‘위협 속에서 만들어진 환희’라는 것이다. 또 당시 작가조합 의장이라는 괴로운 직무를 수행해야 했던 파데예프는 자신의 비밀일기에 이 곡의 피날레를 “어찌할 길 없는 비극”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 교향곡을 작곡할 무렵 쇼스타코비치는 심각한 불안에 떨고 있었다. 당시 소비에트 정부는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교의지침으로 예술가들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그런 당국이 그의 실험적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에 대해 “음악이 아니라 황당무계”라고 혹평했고 동시에 “부르주아적, 형식주의적 작품”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당연히 그는 숙청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그처럼 예술가적 소신과 현실에 대한 타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완성한 작품이 바로 이 ‘교향곡 제5번’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 곡은 명목상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창조적 답변’으로 간주되었고, 쇼스타코비치는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쇼스타코비치가 밝힌 이 곡의 취지는 다분히 중의적이고 모호했다. 그것이 암시하는 것은 어쩌면 엄혹한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한 예술가가 직면한 모순과 아이러니였을지도 모른다. “이 교향곡의 주제는 인간성(인격)의 확립이다. 이 작품은 시종 서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며, 나는 그 중심에 서서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체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제1악장: 모데라토(보통 빠르기로)
상당히 복잡한 구성의 첫 악장은 저현부와 고현부가 옥타브 간격으로 서로를 모방하는 카논으로 출발한다. 전반적으로 신중한 흐름을 이어가는 제시부에서는 주요 악상과 더불어 전편을 관통하는 주요 리듬이 부각된다. 발전부에서는 먼저 앞서 제시된 악상들이 변형·발전하다가, 피아노의 묵직한 타건에 이은 호른 4대의 유니슨이 자못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후 템포가 빨라지면 음악의 흐름은 차츰 박진감을 더해가며 격렬한 고조를 이루고, 그 정점은 팀파니와 스네어드럼(작은북)의 연타 위에서 금관의 팡파르가 부각되어 흡사 취주악 행진곡의 양상을 띤다.
재현부는 발전부의 열띤 기세를 그대로 이어받으며 시작되지만, 얼마 후 템포가 떨어지면 옥타브 유니슨에 의한 격앙된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마침내 준엄한 파국이 찾아온다. 이후 제시부의 템포로 돌아간 상태에서 음악은 플루트와 호른의 카논, 오보에 독주를 거쳐 코다(종결부)로 넘어간다. 대체로 차분하고 자유로운 흐름을 보이는 코다에서는 반음계적으로 상승하며 모종의 여운을 남기는 첼레스타의 울림이 특히 인상적이다.
제2악장: 알레그레토(조금 빠르게)
익살맞고 풍자적인 스케르초 악장으로 저현부에서 빠르고 거칠게 부각되는 주제로 출발하며, 기저의 리듬은 거친 왈츠 또는 렌틀러풍이다. 이 악장은 전체적으로 첫 악장에서 제시된 주요 악상에 대한 변주의 성격을 띠는데, 스케르초답게 요란하고 신랄한 느낌뿐 아니라 몽환적이고 오묘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제3악장: 라르고(매우 느리게)
아주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악장으로 유장한 호흡 속에서 러시아 음악다운 우수와 비가가 면면히 흐른다. 금관악기는 모두 배제되고 현악 파트는 세분화되어 극히 섬세하고 투명한 흐름을 이어가다가, 클라이맥스에서는 폐부를 찌르듯 통절한 정서가 뜨겁게 분출된다.
제4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빠르되 지나치지 않게)
행진곡풍의 피날레. 취주악기들이 일제히 트릴로 불어대는 D음에 이어 팀파니의 강타 위에서 트럼펫과 트롬본이 용감한 팡파르 주제를 연주하면서 출발해 한동안 씩씩한 분위기로 전진하지만, 다음 순간 템포가 떨어지면 바이올린에서 유려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선율이 새롭게 나타나 앞서의 느린 악장을 상기시킨다.
이윽고 다시 팡파르 주제가 등장하면, 스케르초 악장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선율이 나타나 함께 어우러진다. 이제 음악은 열기와 박진감을 가중시키면서 고조되어 마침내 장쾌하고 통렬한 최정점에 도달하고, 마지막에는 팀파니의 당당한 타격 위에서 현악부의 반주 위에서 금관악기 들이 장중한 팡파르를 연주하다가 베이스드럼(큰북)의 강력한 타격과 격렬한 투티(관현악 총주)로 의미심장하게 마무리된다.
※ 이 글은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발행하는 월간 <SPO>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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