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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정
공연일정
정기공연/실내악
2022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VII: 슬라브
- 공연일정
- 20221126 토요일 17:00
- 장소
-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 프로그램
-
코다이, 현악 삼중주를 위한 간주곡
Kodály, Intermezzo String Trio -
드보르자크, 현악 오중주 제2번
Dvořák, String Quintet No. 2, Op. 77
- 가격
- R 50,000 S 30,000 A 10,000
[정기 공연 안내]
* 공연 당일 티켓은 잔여석이 남아있을 경우, 각 공연장 콜센터와 현장 매표소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예술의전당 1668-1352(화~일 : 09:00~20:00 / 월 : 09:00~18:00)
- 롯데콘서트홀 1544-7744(10:30~19:00 / 주말, 공휴일휴무)
- 세종문화회관 02-399-1000(09:00~20:00 / 연중무휴)
[시민/교육 공연 안내]
* 예매페이지 문의처로 문의
※ 본 연주회의 일정과 장소 출연진과 곡목 등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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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장 사이의 박수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Please do not applaud between the movements.
무대와 객석 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2 시즌 2 정기 실내악 공연(세종체임버홀)의 좌석 1열은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2022 SPO Chamber Series VII: Romantic Odyssey
2022년 11월 26일(토) 오후 5시 세종체임버홀
Saturday, 26th November, 2022 5PM Sejong Chamber Hall
프로그램
에네스쿠, 현악 삼중주 ‘오바드’
Enescu, String Trio ‘Aubade’
Allegretto grazioso
바이올린 김민정, 비올라 김성은, 첼로 반현정
글라주노프, 현악 사중주 제3번 ‘슬라브’
Glazunov, String Quartet No. 3 in G major, Op. 26 ‘Slavonic’
Moderato
Interlude. Moderato
Alla mazurka. Allegretto
Une fête Slave. Allegro moderato
-------------- 휴식 15분 ------------------
코다이, 현악 삼중주를 위한 간주곡
Kodály, Intermezzo String Trio
Allegretto
드보르자크, 현악 오중주 제2번
Dvořák, String Quintet No. 2 in G major, Op. 77
Allegro con fuoco
Scherzo. Allegro vivace
Poco andante
Finale. Allegro assai
바이올린 웨인 린, 한지연, 비올라 김성은, 첼로 김소연, 더블 베이스 한민아
총 소요 시간 약 90분(휴식 포함)
제오르제 에네스쿠(1881-1955), 현악 삼중주를 위한 ‘오바드’(1899)
George Enescu, Aubade for String Trio in C major
제오르제 에네스쿠는 루마니아의 작곡가이자 20세기의 중요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사람이며, 메뉴인, 그뤼미오, 이다 헨델 등을 길러낸 훌륭한 교육자이자, 뉴욕 필하모닉에서 토스카니니의 후임으로 거론되었던 명성 높은 지휘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력도 훌륭하지만, 그와 함께했던 음악가들의 찬사는 더욱 놀랍다. 전설적인 첼리스트인 카살스는 “모차르트 이래 가장 위대한 음악적 현상”이라고 말하며 에네스쿠를 신비로운 존재로 바라보았고, 뛰어난 교육자인 나디아 불랑제는 “에네스쿠를 만나면 누구나 그를 대단히 위대한 존재로서 숭배하게 된다”라고 그를 칭송했다. 더 나아가 그가 태어난 마을 이름과 수도 부쿠레슈티 국제공항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바꿀 정도로 국가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찬사들이 과도해 보일지라도, 에네스쿠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주의 깊게 감상한다면 곧 그의 놀라운 영감과 솜씨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빈에서 조우했던 브람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고전적 양식과 그가 관심을 가졌던 바그너의 극적인 표현, 파리에서 익힌 인상주의적인 감각, 이를 뛰어넘는 과감한 관현악법과 화음, 루마니아 민속 음악에서 온 생명력 있는 리듬 등 삶에서 접했던 유럽의 모든 음악을 모두 버무려 놓은 듯한 낯선 조합으로, 누구든 단번에 강렬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뛰어난 걸작들이 19세 때의 초기작 루마니아 랩소디 1번(1901)에 가려져 자주 연주되지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하지만 이 초기작이 많이 연주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다. 루마니아의 유명한 민요들을 그대로 인용하여 고국에서 매우 친숙하게 받아들여졌으며, 또한 이국적인 작품을 선호했던 당시 유럽인들의 구미에도 잘 맞았다. 그리고 각 악기의 음색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솜씨 좋은 오케스트레이션은 단 한 번 들어도 결코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비결이다.
루마니아 랩소디 1번보다도 2년이나 앞선 현악 삼중주를 위한 오바드 또한 그 분명한 특징으로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이 곡은 부쿠레슈티 북쪽 140km 정도 떨어진 산속의 작은 수도원 마을 시나이아Sinaia에서 18
세였던 1899년에 작곡되었다. 에네스쿠는 이 곡에 본래 ‘세레나데’라고 적었지만, 여기에 선을 긋고 ‘오바드’라고 고쳤다. 세레나데가 연인을 만나기 위해 부르는 밤의 음악이라면, 오바드는 연인과 헤어지면서 부르는 아
침 노래라는 점에서, 반대의 제목으로 고친 것은 매우 흥미롭다.
에네스쿠는 이 작품에서 연인과의 만남을 앞둔 설렘보다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더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루마니아 민요풍의 애교 섞인 선율에 피치카토 반주가 위트를 더하여 신선하고 밝은 느낌을 주며, 활을 브리지
가까이에서 연주하여 건조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술 폰티첼로sul ponticello’ 연주도 인상적이다. 비올라 파트에 루마니아 왕실 찬가를 인용하여 국가에 대한 마음도 내비치고 있다.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1865-1936), 현악 사중주 제3번 ‘슬라브’(1888)
Alexander Glazunov, String Quartet No. 3 in G major, Op. 26 ‘Slavonic’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인 글라주노프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특히 한 번 들으면 오래도록 잊지 않는 정확한 기억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가 되어 ‘매시간 실력이 향상’되었으며, 16세였던 1882년에 교향곡 1번을 발표하면서 차이콥스키와 평론가 스타소프 등에게 큰 호평을 얻었다.
그리고 악보 출판사를 운영했던 사업가 미트로판 벨랴예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교향곡 1번은 1884년에 바이마르에서 리스트에 의해 연주되었고,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리스트를 추모하며 교향곡 2번을 직접 지휘했다. 이렇게 글라주노프는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으며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후예로서 인정받았다.
글라주노프는 1910년에 아홉 번째 교향곡에 불길함을 느껴 교향곡 작곡을 중단했지만, 현악 사중주는 10대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열 곡을 작곡했다. 그리고 목요일마다 자신의 집에서 ‘체트베르카’(Четверка, 러시아어로 ‘목요일’과 ‘4’의 어근이 같은 것으로부터 만든 이름)라는 현악 사중주 연주회를 열 정도로 이 장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현악 사중주 작품들은 고전적인 양식부터 자유로운 모음곡 스타일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1886년 4월부터 1888년 11월 사이에 작곡된 현악 사중주 3번 ‘슬라브’는 네 악장에 고전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음악적인 내용은 서로 무관하여 모음곡의 성격도 갖고 있다. 1890년에 후원자였던 벨랴예프에 의해 출판되었으며, 1891년 12월 1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다.
1악장 보통 빠르기로는 비올라가 오래된 정교회 성가를 연상케 하는 제1주제를 제시하면서 시작하며, 이내 낭만적인 어법으로 화려하게 변화한다. 제2주제는 당김음 리듬 반주에 제1바이올린이 서정적인 주제를 연주한다. 이 두 주제가 소나타 형식으로 발전한다.
2악장 간주곡 - 보통 빠르기로는 느린 악장의 역할을 한다. 경건하면서도 목가적인 코랄풍의 음악이 한 박자씩 차분하게 진행한다.
3악장 마주르카풍으로 - 조금 빠르게는 민속 악기를 연상시키는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지속음 위에 제1바이올린이 춤곡 선율을 제시한다. 이 지속음은 5도 간격의 두 음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간격은 악장 전체를 민속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중간 부분은 피들 연주와 같이 한층 격렬해진다.
4악장 피날레 - 빠르고 적당하게는 ‘슬라브의 축제’라는 부제와 같이 러시아의 트레팍, 체코의 폴카, 폴란드의 크라코비아크, 우크라이나의 고팍 등 여러 민속 춤곡이 확장된 론도 형식으로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특히 이 악장은 각 악기가 함께 연주하다가도 다성부로 나눠지는 등 뛰어난 작곡 솜씨를 보여준다. 이 악장만 곧바로 ‘슬라브의 축제’라는 관현악곡으로 편곡된 것은 이 악장이 관현악적인 영감으로 작곡되었음을 의미한다.
졸탄 코다이(1882-1967), 현악 삼중주를 위한 간주곡(1905)
Zoltán Kodály, Intermezzo for Violin, Viola and Cello
오늘날 유럽은 다양한 크기의 나라들이 빼곡히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몇 개의 거대한 집안들이 큰 테두리로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타민족의 지배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민족들은 19세기 후반부터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띄었다. 체코와 핀란드가 드보르자크와 시벨리우스를 배출한 것이나, 헝가리가 버르토크와 졸탄 코다이를 배출한 것 또한 이와 관련이 있다.
심지어 헝가리의 음악은 왜곡되어 알려져 있기도 했다. 19세기에 헝가리의 민속 음악은 집시음악과 동일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러한 시각으로 헝가리 음악을 소개했던 리스트의 영향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집시와 구별되는 헝가리 음악의 고유한 특징이 밝혀진 것은 바로 졸탄 코다이와 벨러 버르토크가 함께 발로 뛰면서 이루어낸 면밀한 연구의 성과였다. 코다이는 1906년에 박사 학위를 위해 ‘헝가리 민요의 유절 구조’라는 중요한 논문을 썼으며, 그 이후에도 버르토크와 함께 헝가리의 농촌을 돌아다니며 약 3,000곡의 민요를 채보하고 출판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다른 점이 있었다. 버르토크는 헝가리 민속 음악의 요소를 고전적인 구조와 현대적인 화음에 결합하여 현대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코다이는 헝가리인들이 부를 수 있도록 민속 음악에 기반한 합창곡을 다수 작곡하고, 1935년부터 예뇌 아담Jenő Ádám과 함께 어린이 음악 교육에 전념하면서 엄청난 양의 민요 스타일의 교육용 작품을 내놓았다. 이러한 탓에 코다이는 음악 교육자이자 지역적 특색이 강한 보수적인 작곡 가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코다이를 이러한 범주로 묶는 것은 그의 한쪽 면만을 본 것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문화권에서 성장하여 고전 음악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또한 프랑스의 인상주의 음악을 헝가리에 소개한 최초의 작곡가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탄탄한 고전 양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드뷔시의 영향이 보이는 세련된 화음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음색을 입히는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버르토크도 이러한 코다이의 음악이 가진 매력에 큰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현악 삼중주를 위한 간주곡은 23세 때인 1905년에 작곡된 초기작으로, 민속 음악을 수집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던 시기였다. 헝가리의 민속 음악은 집시 음악이라는 유럽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진정한 헝가리인의 음악을 담아낸 시범적인 작품임에도, 세련된 화음과 탄탄한 구성으로 서정성과 형식미를 갖추고 있다. 손짓하는 듯한 비올라의 제스처와 리듬을 이끄는 첼로의 피치카토 연주 위에서 바이올린이 민요풍의 선율을 편안하게 읊조리며 시작한다. 세 악기가 활을 충분히 사용하여 우아하게 연주하며, 민속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첼로의 지속 저음 위에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대화하는 또 다른 선율이 얼굴을 내민다.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현악 오중주 제2번(1875년 작곡, 1888년 개정)
Antonín Dvořák, String Quintet No. 2 in G major, Op. 77
순수한 국내파였던 드보르자크의 이름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874년 오스트리아 정부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국비 장학생 선발에 당선되면서였다. 심사 위원이었던 브람스가 그를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재능”을 가진 작곡가로 평가했으며, 드보르자크는 당시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1년 동안 벌었던 돈의 두 배가 넘는 400굴덴이라는 상당한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장학금을 연이어 받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인 5년을 채웠으며, 브람스의 소개로 짐로크에서 악보를 출판하여 지명도를 끌어올렸다.
현악 오중주 2번은 이러한 경사스러운 분위기에서 작곡이 진행되어 1875년 3월에 완성되었다. 드보르자크가 이 곡을 쓴 본래 목적은 체코예술인포럼인 우몔레츠카 베세다Umělecká beseda가 주최하는 실내악 콩쿠르에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이 콩쿠르의 주제는 ‘나의 민족’으로, 드보르자크는 이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5두카트의 상금을 받았다. 초연은 3월 18일 프라하에서 이루어졌다. 이 곡은 콩쿠르 주제에 맞게 체코의 민속적인 리듬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멜로디에는 드보르자크의 낭만적 감성으로 가득하다. 편성은 현악 사중주에 더블 베이스가 추가된 형태로, 현악 사중주에 저음을 보강한 효과를 냈다.
드보르자크는 본래 이 곡을 다섯 악장으로 작곡하고 ‘Op. 18’이라고 적었지만, 1888년에 약간의 수정과 함께 본래 2악장이었던 느린 간주곡을 삭제했다. 느린 악장이 두 개나 들어가는 데다 길이가 너무 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간주곡은 생전에 출판되지 않았던 현악 사중주 4번(1869~70)의 2악장 느리게 종교적으로(안단테 렐리지오소)를 재활용한 것이라는 것도 이러한 결정에 일조했을 것이다. 이렇게 네 악장으로 재정비된 최종본은 짐로크에서 출판되었으며, 작품 번호는 77번으로 다시 매겨졌다. 삭제된 간주곡은 약간의 수정을 거쳐 현을 위한 녹턴 Op. 40으로 출판되었다.
1악장 빠르고 열정적으로는 새벽녘과 같은 어스름한 분위기로 시작하고, 곧 제1바이올린이 합류하여 점차 밝아진다. 서주가 끝나면 민속적인 리듬이 환희에 찬 분위기를 이끈다. 그리고 소나타 형식으로 경쾌하면서 세련된 드라마가 펼쳐진다.
2악장 스케르초 - 빠르고 생기 있게는 보헤미아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단조로 폭풍우가 몰아치듯 거칠게 시작하지만, 가운데 트리오 부분은 장조로 바뀌면서 시골의 무도회로 전환된다.
3악장 조금 느리게는 브람스를 연상시키는 서정미로 가득하다. 섬세하고 내면적인 시상들이 펼쳐지다가, 악기들이 교차하여 연주하는 중간 부분에서 심리적인 갈등이 고조된다. 그러다 처음의 평온을 되찾는다.
4악장 피날레 - 매우 빠르게는 론도 형식으로, 추격전이 벌어지듯 숨 가쁜 리듬을 타고 희열과 열정을 노래한다.
글 송주호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