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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공연/관현악
2023 서울시향 만프레트 호네크의 차이콥스키 비창 ①

공연일정
2023. 9. 14. 목요일 20:00
장소
롯데콘서트홀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
Manfred Honeck, Conductor
협연자
소프라노, 임선혜
Sunhae Im, Soprano
프로그램
드보르자크, 루살카 판타지
Dvořák, 'Rusalka Fantasy' Orchestral Suite (arr. by Manfred Honeck & Tomáš Ille)
구레츠키, 교향곡 제3번 ‘슬픔의 노래’ 중 2악장
Górecki, Symphony No. 3, Op. 36 ‘Symphony of Sorrowful Songs’: 2. Lento e largo—Tranquillissimo 더보기
가격
R 120,000 S 90,000 A 60,000 B 30,000 C 10,000

[정기 공연 안내] * 공연 당일 티켓은 잔여석이 남아있을 경우, 각 공연장 콜센터와 현장 매표소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예술의전당 1668-1352(화~일 : 09:00~20:00 / 월 : 09:00~18:00)
- 롯데콘서트홀 1544-7744(10:30~19:00 / 주말, 공휴일휴무)
- 세종문화회관 02-399-1000(09:00~20:00 / 연중무휴)

[시민/교육 공연 안내] * 예매페이지 문의처로 문의

※ 본 연주회의 일정과 장소 출연진과 곡목 등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예매 또는 취소와 관련해서는 "예매안내" 메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공연중 휴대전화 전원은 꼭 꺼주시기 바랍니다. Please make sure that your mobile phone is switched off.
※ 악장 사이의 박수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Please do not applaud between the movements.

공연 설명



2023 서울시향 만프레트 호네크의 차이콥스키 비창 ①
MANFRED HONECK CONDUCTS TCHAIKOVSKY'S PATHÉTIQUE ①

2023년 9월 14일(목)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Thursday 14th September, 2023 8PM LOTTE Concert Hall

지휘 만프레트 호네크 Manfred Honeck, conductor
소프라노 임선혜 Sunhae Im, soprano

 
프로그램
 
드보르자크, ‘루살카 판타지’ (편곡 만프레드 호네크 & 토마시 일레)
Dvořák, 'Rusalka Fantasy' Orchestral Suite (arr. by Manfred Honeck & Tomáš Ille)

구레츠키, 교향곡 제3번 ‘슬픔의 노래’ 중 2악장
Górecki, Symphony No. 3, Op. 36 ‘Symphony of Sorrowful Songs’: 2. Lento e largo—Tranquillissimo

R. 슈트라우스, ‘내일!’
R. Strauss, 4 Lieder, Op. 27: 4. Morgen!

모차르트, ‘환호하라, 기뻐하라’
Mozart, Exsultate, jubilate, K. 165
 Allegro. Exsultate, jubilate
  Recitative: Fulget amica dies
 Tu virginum corona
 Alleluja. Allegro

---------------- 휴식 15분 ----------------------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Tchaikovsky, Symphony No. 6 in B minor Op. 74 ‘Pathétique’
 Adagio ― Allegro non troppo
 Allegro con grazia
 Allegro molto vivace
 Adagio lamentoso

총 소요 시간 약 120분(휴식 포함)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루살카 판타지’(1900년 작곡, 2016년 편곡) * 만프레트 호네크 & 토마시 일레 편곡

 만프레트 호네크는 오페라에도 탁월한 감각을 보여 온 지휘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은 다음에도 유럽 주요 극장과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지휘자로 활약해 왔다. 그는 이런 열정을 자신의 악단(피츠버그 심포니)과 공유하기 위해 야나체크 <예누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엘렉트라> 등의 오페라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음반으로 녹음해 왔다.
 ‘신세계 교향곡’을 위시한 기악 작곡가로 깊이 각인된 드보르자크가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홉 편이나 작곡할 정도로 오페라는 작곡가의 애착 장르였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는데, 알아듣기 어려운 체코어 가사가 감상에 주요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여덟 번째 오페라 <루살카>조차도 체코 초연 후 이웃 나라 독일에서 초연되기까지 3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루살카>는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물의 요정의 이야기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줄거리가 비슷하다. 지상의 왕자에게 반한 루살카는 마녀의 도움으로 인간으로 변신하지만, 왕자는 다른 나라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루살카가 사라지자 왕자는 상사병에 걸려 그녀를 찾기 시작하고, 결국 둘은 키스를 나눈 뒤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호네크와 체코 작곡가 토마시 일레가 함께 편곡한 ‘루살카 판타지’에서는 오페라 원작이 가진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만국 공통어, 즉 음악 그 자체의 매력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성대한 축제의 오프닝이 끝나면 제일 먼저 흘러나오는 선율은 이 오페라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이 밖에 ‘사냥꾼의 노래’라든가 ‘왕자의 노래’ 등 원작을 수놓는 주옥같은 선율들이 이어진다. 듣기 쉬운 이 멜로디들은 대부분 작곡가가 슬라브 민요들을 인용한 것으로, 몽환적이면서도 다소 미묘한 화성 속에서 독창적으로 펼쳐진다.

악기 편성
3[1.2.picc] 3[1.2.eh] 3[1.2.bcl] 2- 4 3 3 1 - tmp - per - hp - str.
per I : trangolo, tam-tam
per II : piatti a due, piatto sospeso
per III : gran cassa
피콜로 1 플루트 2 오보에 2 잉글리시 호른 1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1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1 팀파니 타악기(트라이앵글, 탐탐, 심벌즈, 베이스 드럼) 하프 현 5부

헨리크 구레츠키(1933-2010), 교향곡 제3번 ‘슬픔의 노래’ 중 2악장(1976)

 진지한 현대음악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예외적인 사례로 폴란드 작곡가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아우슈비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남서독일방송 교향악단의 위촉으로 1976년 완성되어 이듬해 프랑스 루아양 페스티벌에서 초연될 때까지만 해도 사실 흥행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991년 초 데이비드 진먼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돈 업쇼가 협연한 런던 신포니에타 연주의 리코딩(넌서치 레이블 발매)이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 없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93년 사이 미국 빌보드 차트 클래식 부문 차트에 38주 연속 1위를 포함해 무려 138주간이나 등재되어 있었고, 1993년 영국 베스트 음반 차트에서는 팝과 록을 포함한 모든 장르에서 전체 6위를 기록했다. 단기간에 세계적으로 1백만 장의 음반이 판매되었고 한국에서도 3만 5천여 장의 음반이 판매되었다.
 현대음악 특유의 난해함이나 자극적인 음향 효과가 없다는 점도 이 교향곡이 가진 독특함이다. 3악장 전체가 모두 ‘렌토(Lento, 아주 느리게)’의 템포 지시를 포함하고 있으며, 같은 모티브가 끊임없이 반복하며 변용되는 미니멀리즘적인 특징이 대중의 작품 이해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보다 더 이목을 끄는 점은 각 악장이 지닌 심금을 울리는 전쟁 사연들이다. 그중에서도 오늘 연주되는 2악장은 폴란드 자코파네라는 마을의 게슈타포 지하 감방에서 발견된 낙서를 가사로 담고 있다. 헬레나라는 이름의 열여덟 살 유대인 소녀가 가스실로 끌려가기 전 남긴 것으로,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복수보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할 어머니를 위로하는 기도문이다. 더블 베이스가 주도하는 낮고 무거운 사운드가 음악 전체를 압도하고 청아한 소프라노 독창이 이 짧은 기도문을 반복해서 노래하는 가운데 음악은 차츰차츰 황홀경에 빠져든다. ‘슬픔의 노래’라는 제목이 어색할 정도로 신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는 슬픔과 고통을 넘어선 무아의 경지로 청중을 이끈다.

악기 편성
solo soprano
0 0 4 0 - 4 0 0 0 - hp - pf – str.
소프라노 독창
클라리넷 4 호른 4 하프 피아노 현 5부

[가사]
Mamo, nie płacz, nie. 
Niebios Przeczysta Królowo. 
Ty zawsze wspieraj mnie. 
Zdrowaś Mario. Łaski Pełna 

엄마, 안돼요, 울지 마세요
천상의 순결한 여왕이시여
항상 저를 지켜주소서
은총이 충만하신 마리아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내일!’(189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 곡을 작곡한 1894년은 작곡가에게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한 해였다. 지휘 활동을 병행하며 교향곡을 위시한 기악곡 위주로 작곡하던 그는 그해 자신의 첫 오페라 <군트람>을 초연했다. 직접 대본까지 집필할 만큼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보수적인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었다. 그럼에도 슈트라우스가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했던 소프라노 파울리네 데아나와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887년 여름으로, 슈트라우스는 파울리네의 쾌활하고 정열적인 성격, 무엇보다 뛰어난 가창력에 흠뻑 빠졌다. 스승과 제자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점차 연인으로 발전했고, 마침내 1894년 부부가 되면서 파울리네는 죽을 때까지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음악적 동반자로 안착했다. 결혼 이후에는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가곡들의 가장 권위 있는 해석자로 명성을 날렸다. 사망하기 2년 전인 1947년, 슈트라우스는 파울리네와의 만남을 일생의 가장 의미 있는 사건으로 손꼽았다.
 4개의 가곡집 Op. 27은 파울리네에게 슈트라우스가 선사한 결혼 선물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마지막 곡인 ‘내일!’은 이 가곡집에 수록된 노래 중 가장 유명하며 또 가장 느리고 서정적인 작품이다. 같은 해인 1894년 베를린에서 우연히 만난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인 존 헨리 매카이가 쓴 독일어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이 가곡은 고전적인 화성 위에 은은하게 새겨 넣은 갈망 어린 불협화음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데> 중 ‘사랑의 죽음’을 연상시킨다.
 같은 가곡집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G장조로 시작하여 전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같은 조성으로 끝나는 점도 독특하다. 편안한 분위기의 아르페지오 반주 위로 독주 바이올린이 이끄는 13마디의 긴 전주는 성악이 시작되기 전 한 편의 기악곡이 아닌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충분히 완성도가 높다. 이후 성악과 기악은 각각 독자적으로 선율을 자아내며 긴장과 이완을 되풀이하는데, 끝까지 해소되지 않고 이어지는 7화음과 9화음이 연인을 바라보는 내면의 환희를 그린다.

악기 편성
high voice
0 0 0 0 - 3 0 0 0 - hp – str.
소프라노 독창
호른 3 하프 현 5부

[가사]
Und morgen wird die Sonne wieder scheinen, 
Und auf dem Wege, den ich gehen werde, 
Wird uns, die Glücklichen, sie wieder einen 
Inmitten dieser sonnenatmenden Erde… 

Und zu dem Strand, dem weiten, wogenblauen, 
Werden wir still und langsam niedersteigen, ,
Stumm werden wir uns in die Augen schauen, 
Und auf uns sinkt des Glückes stummes Schweigen… 

그리고 내일이면 태양이 다시 빛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걸어갈 그 길 위에서
태양은 우리, 행복한 이들을 다시 하나되게 하리라
태양을 호흡하는 이 대지 한가운데서…

그리고 저 바닷가, 그 드넓고 파도 푸르른 곳으로,
우리는 고요하게, 천천히 내려갈 것이다
말없이 우리는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리라,
그리고 행복의 말 없는 침묵이 우리들 위로 내리깔리리라…

번역 나성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환호하라, 기뻐하라’(1773)

 모차르트는 생전에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명작을 남겼지만, 오페라는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특기 장르였다. 18세기 유럽 음악의 중심은 이탈리아 오페라가 지배하고 있었고, 특히 모차르트가 살던 잘츠부르크는 알프스산맥을 마주한 이탈리아 음악과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정이 넘쳐 나던 도시였다. 모차르트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장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작곡을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고,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이런 아들의 재능을 독려하기 위해 이탈리아 여행을 자주 떠나곤 했다. 1769년 13세의 나이로 떠난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에서 모차르트는 첫오페라 작품 초연에 성공했고 이는 연이은 초청과 오페라 작곡 의뢰로 이어졌다.
 1772년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탈리아 투어에서 모차르트는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부였던 밀라노에 도착해 3막짜리 오페라 <루치오 실라>를 초연했다. 이때 주역을 맡은 카스트라토 베난치오 라우치니의 노래에 모차르트는 크게 압도당해 “마치 천사가 노래하는 줄 알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루치오 실라> 초연으로부터 3주 후, 모차르트는 라우치니의 기교를 뽐낼 수 있는 모든 음악적 장치를 심은 작품을 작곡해 그에게 선사했으니, 바로 그 곡이 ‘환호하라, 기뻐하라’이다. 이 곡을 작곡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알 수 없지만 모차르트가 예리한 관찰력으로 파악한 라우치니의 강점, 대담한 테크닉의 소유자이면서도 부드럽게 가사를 전달하던 그의 매력을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모차르트는 이 곡을 ‘모테트’라 칭했는데, 이는 13세기 ‘언어가 있는 음악’을 모두 칭하는 가장 느슨한 음악 용어 중 하나였다. 그보다는 18세기 음악학자 요한 크반츠가 재정의한 ‘신성한 라틴어 솔로 칸타타’라는 용어가 더 잘 어울리는데, 2곡의 아리아와 그 사이의 레치타티보 그리고 마지막 알렐루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알렐루야 피날레는 고도의 성악적 기교를 요구하는 곡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가사는 종교적이지만 음악적으로는 대단히 대중적이고 세속적인 영역에 속하는 야누스와 같은 노래이다.

악기 편성
soprano solo
0 2 0 0 - 2 0 0 0 - org – str.
소프라노 독창
오보에 2 호른 2 오르간 현 5부


[가사]
Exsultate, jubilate, 
o vos animae beatae! 
Dulcia cantica canendo, 
cantui vestro respondendo, 
psallant aethera cum me. 

Fulget amica dies, 
jam fugere et nubila et procellae; 
exortus est justis inexspectata quies. 
Undique obscura regnabat nox, 
surgite tandem laeti, 
qui timuistis ad huc, 
et jucundi aurorae fortunatae 
frondes dextera plena et lilia date. 

Tu, virginum corona, 
tu nobis pacem dona. 
Tu consolare affectus,  
unde suspirat cor. 

Alleluja. 

환호하라, 기뻐하라
오 너희들 축복받은 영혼들이여
달콤한 찬가를 노래하라
너희들 노래에 화답하며
하늘도 반주에 맞춰 나와 함께 노래하니

사랑스러운 날이 환하게 밝아 온다
구름과 폭풍은 물러갔도다
정의로운 자들을 위하여 기대하지 못한 평화가 찾아왔구나
어둠이 도처에 깔려 있었지만
마침내 기쁨으로 떨치고 일어나라
지금까지 두려움이 떨고 있던 그대들이여
행운의 여명이 밝아옴에 기뻐하며
한 아름 잎사귀와 백합으로 만든 화관을 바쳐라

화관을 쓴 동정녀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가슴으로 탄식하는 우리의 슬픔을
위로해 주소서

알렐루야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 교향곡 제6번 ‘비창’(1893)

 차이콥스키의 여섯 번째 교향곡이자 마지막 교향곡인 ‘비창’은 작품을 둘러싼 여러 스캔들로 인해 초연부터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우선 이 작품을 작곡하기 전, 그를 15년간 후원하던 폰메크 부인이 일방적인 절교를 선언하며 연락을 끊었다. 폰메크 부인은 재정적인 후원자이기도 했지만 작곡가와 무려 1천2백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정신적인 의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완성된 이 ‘비창’ 교향곡을 사람들은 작곡가가 그녀를 상실한 절망으로부터 극복한 결과물로 보았다.
 하지만 189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 교향곡을 직접 초연한 차이콥스키는 초연 뒤 불과 9일 만에 갑자기 사망했다. 의사들은 콜레라를 사망 원인으로 보았지만 동료 작곡가였던 림스키코르사코프를 비롯한 지인들은 그의 돌연사에 의구심을 표했다. 동성애자였던 작곡가가 성적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다 자살했다는 설과 누군가로부터 음독 살인을 당했다는 설까지, 투명하지 않은 그의 죽음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들이 떠돌았고, 여기에 죽기 직전 그가 여러 차례 폰메크 부인의 이름을 불렀다는 뒷얘기가 더해졌다. 음악학자들은 이 교향곡에 작곡가가 본인의 죽음을 암시하는 암호들을 심어놓았을 거라 추측하며 그 단서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혈안이 되었다. 여러 음악 외적인 잡음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비창’ 교향곡은 그 신비감을 더해갔다.
 그러나 작품 그 자체가 지닌 뛰어난 음악성과 이를 위해 작곡가가 쏟아부은 노력을 고려할 때, 이런 불순한 뒷소문들은 오히려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 실제로 작곡가의 음악적 유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비창’ 교향곡은 그런 외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작품 그 자체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상식적이지 않은 악장의 배열부터가 그렇다. 다른 세 악장의 약 두 배 길이에 달하는 첫 번째 악장은 이미 교향악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균형미를 포기했다. 이 악장이 드러내는 압도적인 절망은 ‘비창’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리를 암울한 세계로 인도한다.
 게다가 이런 도입부의 비관적인 세계관은 마지막 악장의 결말과 수미상관을 이룬다. 통상 교향곡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대장정으로 마무리하는 대신, 차이콥스키는 마치 죽기 직전 천천히 호흡이 잦아드는 듯한 페이드아웃Fade-out을 피날레로 선택했다. 열정을 발산하며 진취적이고 흥겹게 끝나는 결말은 대신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3악장에 부여했다. 이에 속은 청중이 연주가 끝난 줄 알고 박수를 치는 실수는 초연 이래 계속 일어나는 관용적인 해프닝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트릭은 베토벤이 남긴 고전주의라는 유산 안에서 형식의 틀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본인의 독창성을 증명을 추구한 차이콥스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1악장 오프닝의 아다지오는 바순 독주와 현악기의 음울한 테마로 시작된다. 하데스의 지하 세계를 관통하는 듯한 이 테마가 두 번 극적으로 멈추고 나면 오보에, 클라리넷, 비올라와 같은 중·고음 파트의 악기들이 테마를 이어받아 하늘로 올려 보낸다. 우울한 음색이 어느 정도 지속되고 나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경쾌한 춤곡이 시작된다. 낙관적이고 열정적인 선율과 슬프고 비관적인 곡조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다가 마침내 오케스트라 총주가 시작되어 천둥소리를 내며 질주한다. 이어 ‘칸타빌레(노래하듯이)’라고 지시된 느린 행진으로 악장은 마무리된다.
 2악장 알레그로는 다소 느슨하고 삐딱하게 흔들리는 왈츠이다. 왈츠에 흔히 쓰이는 3박자 패턴 대신 차이콥스키는 2박자와 3박자를 예측 불허로 꼬아 놓으며 비틀거리듯 아찔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3악장에서 음악은 가장 진취적이고 낙천적으로 운명에 대항한다. 경쾌한 스케르초 템포 속에서 현악기와 관악기가 서로 정중하게 테마를 주고받는 가운데 음악은 승리를 암시하는 행진곡으로 승화한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비창’이라는 제목에 충실하게도 승리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않는다. 
 앞선 승리는 공허에 불과할 뿐이라는 듯, 4악장에서 분위기는 급변하여 세상의 모든 존재가 죽음을 기다리는 듯 비관적으로 바뀐다. 현악 파트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B단조 화음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침묵 속으로 빠져들기까지 악장 전체의 흐름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을 넘어선 장엄함이다. 이는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가 순환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죽음이 그 자체로 종말이 아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악기 편성
4[fl1st. fl1st doubling. fl2nd.fl3rd+pic.] 4[ob1st. ob1st doubling. ob2nd. ob2nd doubling] 4[cl1st. cl1st doubling. cl2nd+bcl*. cl2nd doubling] 4[bsn1st. bsn1st doubling. bsn2nd. bsn2nd doubling] - 6[hrn1st. hrn1st assist. hrn2nd. hrn3rd. hrn3rd assist. hrn4th.] 2 3 1 - tmp - per(bd,cym,tamtam) - str.

플루트 4(제3주자는 피콜로연주를 겸함) 오보에 4 클라리넷 4(제2주자는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를 겸함) 바순 4 호른 6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1 팀파니 타악기(베이스 드럼, 심벌즈, 탐탐) 현 5부

글·번역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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